회귀하는 인간들이 많아진다. 그런데..
기술에 맞서는 직관은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비결정적인 미래에서 이룰 결정적인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는 게 아니다. 존재를 지속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승리다.
어떤 패배도, 우리의 생존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이 무심한 우주에서 우리가 한동안 존재했었다는 그 성공을 빼앗아 갈 수 없다.
—노버트 위너, <나는 수학자다>(I Am a Mathematician)
💡
오늘자 뉴스레터는 AI 윤리 북클럽 멤버 기고로 전합니다.
[글쓴이의 말] 안녕하세요. 이번주 기고자 🧑🏻🎨케빈입니다. 인공지능-우선 시대의 시민성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가속에 저항하여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글쓴이의 말] 안녕하세요. 이번주 기고자 🧑🏻🎨케빈입니다. 인공지능-우선 시대의 시민성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가속에 저항하여 엔지니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6년 5월 넷째 주
by 🧑🏻🎨케빈
목차
1. 러다이트의 귀환
2. 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3. 몸으로의 회귀인가 의식의 재발견인가
1. 러다이트의 귀환
2. 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3. 몸으로의 회귀인가 의식의 재발견인가
러다이트의 귀환

- '러다이트(Luddite)'라는 단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러다이트는 19세기 영국 직물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기계에 맞서 저항한 운동인데, 지금까지 오랫동안 '기술 혐오'의 대명사로 오해받아 왔지요. 더 네이션(The nation) 기사는 그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러다이트 운동의 본질은 반(反)기술이 아니라 반(反)과점, 즉 기술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현상에 맞선 저항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 흥미로운 건, 2026년의 러다이트 운동이 이념을 초월한 연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번 레터에서 이야기를 나눈 주제이지만 데이터센터를 건립하고 운용하는 일은 자원의 막대한 소모와 더불어, 국가권력과 기술권력이 손을 맞잡지 않으면 착수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그런데 최근 민주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공화당 론 디샌티스(Ron DeSantis)가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반대하고 나섰거든요. 샌더스는 건설 유예를 촉구했고,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주 지역사회에 데이터센터 건설 거부권을 주는 'AI 권리장전(AI Bill of Rights)'을 추진했습니다. 소수의 기술권력이 추동하는 움직임에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정치권력이 제동을 거는 사례인 점에서, AI-중심 미래 청사진을 내세우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인 것 같네요.
- 우리 바로 옆으로 시선을 돌려 볼까요. 고등학교에서도 기술권력에 대항하는,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뉴욕 브루클린의 에드워드 알 머로우 고등학교(Edward R. Murrow High School)에서 10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러다이트 클럽(Luddite Club)'은 이제 미국 전역 10개 지부와 브라질 1개 지부를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클럽의 규칙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없이 모여서 책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고, 밥을 먹는 것이죠. 기술권력의 손아귀 바깥에 존재하는, 그들이 얻은 이익이 오롯이 그들에게 환원되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향유하는 자유와, 서로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일이 그 자체로 우리 모두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기계에 저항하는 일이 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는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목표액을 가뿐히 초과 달성하며 2026년 9월 영화제 출품을 앞두고 있습니다.
- AI 시대에 이르러 러다이트는 오해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들의 메시지가 단순히 "기술 혐오"가 아닌 누가 기술로 이익을 얻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읽히기 시작했거든요. 좌우와 세대를 막론한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건, 동시대의 러다이트 운동이 공통의 불안(생계에 대한 불안, 자율성 침해, 공동체의 해체)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해줍니다.
몸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 미국과 유럽에서 목욕탕, 사우나, 냉탕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이 현상을 단순한 건강 트렌드로 보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으로 매개된 삶에 지친 사람들이 강렬한 신체적, 공동체적 의례를 찾아 나서고 있다는 것이죠. 기사는 냉수에 몸을 담그는 경험을 "천 개의 작은 칼에 찔리는 것 같은(feels like being stabbed by a thousand tiny knives)" 감각이라고 표현하는데 — 그 고통스럽고 날것의 감각 자체가 디지털 생활에서 잃어버린 '살아있음'의 증거처럼 기능한다는 겁니다.
- 글로벌 웰니스 서밋(Global Wellness Summit)은 2026년 웰니스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과잉 최적화 반발(Over-Optimization Backlash)'을 선정했습니다. 심박수 변동성(HRV) 모니터링, 수면 추적기, 새벽 다섯 시 냉탕 루틴 같은 '수치화된 자아(Quantified Self)' 문화에 대한 소비자 피로감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분석이에요. 측정보다 의미, 임상 데이터보다 감정적 회복, 자기 감시보다 그냥 즐거움 — 웰니스의 중심이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이 흐름은 패션에서도 관찰됩니다. 2026년 봄 런웨이에서 맨발 신발(Barefoot Shoe) 실루엣이 주류로 등장했는데, 비보베어풋(Vivobarefoot), 바이브람 파이브핑거즈(Vibram FiveFingers),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타비(Tabi) 부츠가 대표적이에요. 비커즈 매거진은 이를 "잘 정돈된 무감각과 제약에 맞서는 감각적 저항의 행위(Each step will be an act of sensory rebellion against well-heeled apathy and constraint)"라고 표현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 냉탕 입수, 맨발 걷기, 과잉 최적화 반발. 이 현상들의 공통점은 불편함과 비효율을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부분입니다. 마이클스(Michaels)의 2026년 공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아날로그 취미(Analog Hobbies)' 검색이 전년 대비 136% 급증했고, 실뜨기 용품 판매도 40% 늘었다고 해요. AI 시대의 최적화 압력(모든 걸 빠르고 편리하고 측정 가능하게 만들려는 충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읽히는데요. 사람들이 클릭 대신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신호 같아서, 경험의 멸종에 대항하는 희망적인 시도로 읽히기도 합니다.
🦜
덧붙이는 글
- 데이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2026-05-06)
- 데이터는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2026-05-06)
몸으로의 회귀인가 의식의 재발견인가

- 영국 서섹스 대학교(University of Sussex) 신경과학자 아닐 세스(Anil Seth)는 에세이에서 꽤 직접적인 말을 던졌습니다. "뇌는 고기로 만든 튜링 기계(Turing Machine)가 아니다." 의식은 연산의 부산물이 아니라 생명 자체의 속성이고, 따라서 AI가 아무리 인간처럼 말해도 그건 의식의 시뮬레이션이지 의식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겁니다.
- 세스는 에세이 말미에 사회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말을 인용하며 "기술은 우리가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잊게 만든다(technology can make us forget what we know about life)"고 경고했습니다. 터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는데, "소셜 미디어는 AI 친구 관계로 향하는 입문 마약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죠. 새로운 시대의 인간은 기계를 통해 다른 존재와 대화하는 법을 익혔고, 이제는 기계에게 직접 말을 건네게 되었습니다.
- 노에마에 함께 실린 코너 피얼리(Conor Feehly)의 에세이는 앞의 논의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줍니다. 인간의 직관, 심미감, 몸으로 아는 인지(Embodied Cognition)가 AI가 도달할 수 없는 고유한 강점이라는 주장인데요. AI가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다면 인간은 몸으로 의미를 감지하는데, 과학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는 대부분 후자에서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 "AI는 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기술-가속 사회에서 점차 힘을 잃는 질문인 것만 같습니다. 대신 사람들은 그 질문에 이제 이렇게 답합니다. "그들이 의식을 가지는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내가 무언가를 잃고 있다는 사실이야"라고요. 눈 앞의 편의를 위해 최전선의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저조차도 - 여러분과 함께 '내려놓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