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

기후 정책과 일자리 정책이 빼놓을 수 없는 AI 정책인 이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
뉴욕의 UN본부 입구에 설치된 <비폭력 (Non-Violence)> (직접 촬영)
우리는 타인의 불행, 타인의 굴욕 타인의 고통, 타인의 무력함, 타인의 죽음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므로 최소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
-로베르트 발저, 빌케 부인에서, <산책자>
목차
1.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
2. AI 시대의 일자리 정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

by 🥨채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주 저희가 예고드린 대선 AI 공약 관련 주제 중 하나인 기후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AI 기술을 이야기할 때 왜 기후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지, 나아가 왜 기후 관련 정책이 AI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전제 조건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AI로 인해 우리의 생활과 산업 전반이 완전히 변할 것이며, 심지어는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 합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이미 모든 후보들이 앞다투어 AI에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AI 3대 강국’, ‘K-AI 시대’, ‘AI 고속도로’, ‘한국형 챗지피티’, 심지어는 ‘한국형 팔란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약속들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데이터 센터와 GPU에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AI를 개발하는 데에는 데이터와 GPU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컴퓨터를 돌릴 전기 그리고 그것을 식힐 물도 많이 필요합니다. 작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 경제 포럼에서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다음 세대의 생성형 AI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라며,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이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았습니다.

AI 분야의 에너지 문제는 오랫동안 문제시되어왔지만, 군비 경쟁을 방불케하는 성능 경쟁에 묻혀 간과되어 왔습니다. 이미 2019년에 하나의 거대 언어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에 자동차 다섯대가 생산되서 폐기될 때 까지 배출하는 탄소의 다섯배, 평균적인 미국인의 삶이 배출하는 탄소의 15배가 넘는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논문이 나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모델은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해졌고, 그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의 양, 배출하는 탄소의 양 또한 천문학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개인의 삶이나 자동차가 아니라 한 국가 전체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양과 비교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전 세계에서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이 밀집되어있다는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주 전체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4분의 1 이상을 소비합니다. 이미 5년 전 발표되어 현재 사용되는 모델들에 비해 확연히 작은 오픈AI사의 AI 모델 중 하나인 GPT-3을 훈련시키는 데에 무려 70만리터의 담수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빠르고, 똑똑하고, 효율적이라는 AI 뒤에 숨겨진 막대한 비용을 이미 우리 사회가 함께 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일까요? AI가 어떤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AI가 소모하는 전기와 담수의 문제는, 매년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 만큼이나 명징한 당장의 현실입니다.

제가 나고 자란 강원도의 동해안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지어진 석탄발전소들이 있습니다. 삼척블루파워강릉안인화력발전소 등입니다. 이들이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석탄 화력 발전소인 것 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안인화력발전소의 경우, 5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과 경관을 크게 해치며 준공하였지만, 전기를 수송할 망인 송전선로가 지어지지 못해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태에 있습니다. 이 단적인 예만으로도 투자, 기술, 그리고 에너지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첨단과학 기술로 세계의 미래를 설계하고 글로벌 질서와 문명을 이끄는 선도 국가’를 만들어, 국제협력으로 글로벌 AI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지금 전 세계의 누구도 아직 답을 알아내지 못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AI로 인해 달라질 미래에 어떻게 정의롭게 진입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에, 우리가 미래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대간 정의, 전기를 만드는 곳에 사는 사람들과 사용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 사이의 정의, 그리고 AI로 인해 삶이 나아지는 사람들과 나빠지는 사람들의 간의 정의를 고민해야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혁신이고, AI를 이야기 할 때 기후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AI 시대의 일자리 정책

by 🎶소소

대선 공약 중 빠지지 않는 약속 중 하나는 인재 양성에 관한 공약입니다. 특히 이번 대선후보들이 모두 염원하는 ‘AI 강국’을 위한 인재 양성 공약도 눈에 띕니다. 이재명 후보는 ‘AI 시대를 주도할 미래 인재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고, 김문수 후보는 ‘AI 인재 20만 명을 양성’을 외치고, 이준석 후보는 ‘우수 과학기술인 연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AI 인재 참 중요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AI 인재가 AI 기술 발전을 만들고, AI 기술이 산업 발전을 일으키고, 국가의 생산성은 올리면서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빠르게 AI 인재가 일하게 될 우리의 일터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AI를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기업의 목표는 대부분 생산성 향상입니다. 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AI 선도국인 미국 테크 업계는 일자리도 선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고용 추적 사이트 Layoffs.fyi에 따르면, 작년 한 해에만 전 세계 500여개 테크 기업에서 15만 명 이상의 인력을 해고했습니다. 올해는 벌써 6만 명 이상의 테크 노동자가 정리 해고 되었다고 합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이어지는 인력 감축은 AI 기술 도입과 연관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난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직원의 3%에 해당하는 6,000명의 직원을 감원했습니다. 그중 40%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가 생성하는 코드 비율이 30% 가까이 높아지며 엔지니어 직군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 테크 기업의 인력 감축 순위 출처: Layoffs.fyi

이 문제가 과연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만의 이야기일까요?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노동 환경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의 ‘2025년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기업의 41%가 AI를 활용해 일부 직군을 대체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먼 미래가 아닙니다. 2030년은 21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연도입니다. AI는 이미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고급 인력의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에도 침투하고 있습니다. IT 산업의 핵심 인력이었던 개발자 직군 역시 더 이상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아니게 된 것처럼요.

우리에게는 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있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할리우드 작가들이 파업으로 AI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낸 것과 달리 대다수의 노동자는 보호받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기업 내 재교육과 전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 변화로 인한 일시적 실업과 소득 감소를 완충할 수 있는 안전망도 논의되어야 합니다.

기술의 영향을 수동적으로 완화하는 정책 말고 기술의 영향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어떨까요? 예를 들면, 기업이 AI를 도입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노동자가 참여하여 대응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MIT의 일의 미래 이니셔티브(Shaping the Future of Work)는 AI를 활용하는 방식이 전적으로 리더십의 결정에 달린 현재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업이 노동 안정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최저 임금법, 단체 교섭, 공공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AI 시대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가 아닌, 기술 발전과 사회적 안정을 함께 이루는 균형입니다. 우리는 지금, AI 발전이 가져올 혜택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닦아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을 대선 후보들도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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