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의 어떤 '도덕'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전쟁을 통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팔란티어의 어떤 '도덕'
제도는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한다. 그중 무엇이든 처음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제도는 하나씩 차례로 무너져 내린다. 그러므로 법정이든, 언론이든, 법이든, 노동조합이든 보살필 제도를 하나 선택하라. 그리고 그 편에 서라.
—티머시 스나이더, <폭정>

기술 공화국의 위험한 도덕

by 🍊산디

과학기술에 관해 글을 쓰는 사람,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 과학기술을 탐닉하는 사람들 모두 어떤 마음과 뜻을 가지고 과학기술과 상호작용합니다. 그리고 마음은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때로 사람의 마음이 과학기술을 이끌어내기 때문이죠. 전쟁을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마음들은 모여서 전쟁에 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어떤 마음은 국가에 의한 폭력을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사진: UnsplashLibrary of Congress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의 저자 새뮤얼 W. 프랭클린은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1950년대 심리학자들이 마주했던 고민을 추적합니다. 전쟁은 과학기술이 어떻게 반인권적 살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 처절히 보여주었죠. 과학자들은 그들의 연구가 또다시 전체주의와 독재정권을 위해 쓰이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습니다. 과학자들에게는 전쟁을 극복할,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를 선언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했습니다.

프랭클린은 당대 심리학자들이 ‘창의성’ 연구에 열을 올리게 된 계기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창의성은 사회의 발전 동력은 국가가 아닌 개인에게 있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진보를 일굴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고, 이 역량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마법과 같은 개념이었죠. 창의성은 천재성과 달리 모두에게 잠재해 있으므로, 이를 잘 계발할 수만 있다면 사회는 독창적 개인에 의한 진보를 이룰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창의성은 자유로운 개인에 의한 발전을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창의성은 전쟁을 극복하려는 심리학자들의 열망에 의해 발명됩니다. 심리학자들에게 창의성은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이자, 민주주의를 위한 방어 기제였습니다.

창의성 개념은 시장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혁신적인 기업은 창의적 인재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고, 소비자 역시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인물로 묘사되었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기업이 곧 혁신적인 기업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창의성 서사의 정점에는 실리콘밸리가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자유로운 근무 환경과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넘쳐 났습니다. 경영진들은 직원의 창의성을 높여 더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시장은 창의성에 의해 발전하는 듯 했고, 각종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빅테크로 성장했습니다.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 브레인스토밍, 디자인 씽킹 같은 방법들이 개발됩니다. 사진: UnsplashAmélie Mourichon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 생태계에는 새로운 마음이 주목받고 있는 듯 합니다.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인 알렉스 C. 카프와 최고 업무 책임자 니콜라스 W. 자미스카의 저서 <기술공화국 선언>에서 발견되는 국가주의 담론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가 개인에 주목하느라 공동체적 가치를 잊어버렸다고 비판합니다. 개혁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불만, 중앙 정부에 대한 불신, 무모한 전쟁 등에 지쳐버리면서 개인, 즉 소비자를 위한 과학기술 발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이죠.

카프와 자미스카는 기술 엘리트가 ‘도덕’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에게 도덕이란 굶주림, 범죄, 질병을 줄이는 등의 성과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적국’으로부터 ‘미국’ 또는 ‘미국적 가치’를 수호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적국이 국가 안보를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미국은 고작 소비자를 위한 안락한 서비스를 만드는 데 급급해왔다며 한탄합니다. 과학기술은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하고, 가장 위대한 공동체로서 국가 또는 미국을 지키는 데에 과학기술이 활용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야말로 기술엘리트가 추구해야 할 도덕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사진: UnsplashSalvador Rios

그렇게 미국의 대표적인 방위산업 기업이자,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대테러전쟁에 깊이 관하고 있으며, 2025년 미 육군과 14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팔란티어의 도덕적 서사가 완성됩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도덕은 미국 군사력의 절대적인 우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도덕의 서사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3160억 달러에서 6950억 달러로 급증한 미국의 국방비와, 폭발적으로 성장한 전쟁경제를 그럴싸하게 포장합니다.

오늘날의 과학기술은 전후 과학기술이 그토록 경계했던 지점, 국가적 목적에 의한 과학기술의 도구화로 다시금 회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전후 과학자들이 품었던 두려움이 도덕이라는 세련된 외갑을 두르고 되돌아온 듯 합니다. 국가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은 전쟁을 통해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과학기술을 둘러싼 우리 시대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