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AI 제국과 팰런티어의 위험한 선언문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할 때.
현재의 미래 담론에서 어떤 미래가 힘을 얻고 있고, 어떤 미래가 배제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는 정치의 대상이자 결과입니다.
—홍성욱&전치형, <미래는 오지 않는다, p.10>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6년 5월 첫째 주
by 💂🏻죠셉
목차
1. 법정으로 간 AI 제국
2. 팰런티어 메니페스토를 둘러싼 논란
3. 생성형 AI 환멸기의 시작?
1. 법정으로 간 AI 제국
2. 팰런티어 메니페스토를 둘러싼 논란
3. 생성형 AI 환멸기의 시작?
1. 법정으로 간 AI 제국

2015년 인류를 위해 안전한 AI를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의기투합(?)했던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이 이제 8,5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게 된 오픈AI를 놓고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민주주의가 자본의 논리 앞에서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 머스크는 최근 법정 증언을 통해 올트먼과 그렉 브로크먼이 '자선 단체를 훔쳤다'고 강력히 비난하며, 설립 초기 자신이 오픈AI라는 이름을 짓고 기부한 3,800만 달러는 인류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비영리 오픈소스 AI를 위해서였다고 주장 중입니다. 머스크 측 변호인은 이를 "박물관 기념품 가게가 피카소를 몰래 가져가 팔아치우고 수익을 챙긴 행위"에 비유하며 비영리라는 명분을 영리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부도덕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이번 소송의 쟁점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간 계약에 명시된 AGI 조항입니다. MS는 오픈AI의 기술을 상용화할 독점적 권리를 갖지만, 이 권리는 일반 인공지능(AGI)에 도달하기 전의 기술로만 제한됩니다. 즉, 계약서에 따르면 오픈AI가 AGI를 완성했다고 선언하는 순간 MS의 독점 라이선스는 종료되며 해당 기술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머스크는 이미 GPT-4와 같은 현재의 모델들이 사실상의 AGI 혹은 그 초기 단계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픈AI가 MS로부터 투자를 계속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를 AGI가 아닌 것처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반면 오픈AI 측은 이번 소송이 머스크의 '질투 섞인 퍼포먼스'이자 자신이 직접 세운 경쟁사(xAI)의 이익을 위한 방해 공작이라고 주장합니다. 과거 테슬라와의 합병만이 구글에 맞설 유일한 길이라며 영리화에 앞장섰던 머스크의 이메일을 공개하며, 그가 통제권을 쥐지 못하자 이제 와서 '신 포도(sour grapes)' 전략을 쓰고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은 이번 재판이 단순 법적 쟁점을 다투는 자리가 아니라,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라는 두 인물의 해묵은 복수심이 만들어낸, 'AI 붐의 시초가 된 불화(founding feud)'의 결말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캐런 하오가 그의 저서 <AI 제국>에서 경고했듯, 비영리 미션이 자본과 권력 투쟁 속에서 어떻게 붕괴했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재판은 AI의 정의와 통제권이 소수에 의해 좌우되는 현재의 불투명한 구조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팰런티어 메니페스토를 둘러싼 논란

- 지난 4/1자 레터에서도 공유드린 바 있듯, <기술 공화국>의 핵심은 기술 엘리트의 국방 참여만이 서구의 존속을 보장한다는 선언입니다. 알렉스 카프는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하드 파워’의 필연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국가 안보를 빌미로 그 어떤 민주적 감시나 시민적 비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독단적인 선포와 다름없어 보입니다.
- 더 버지(The Verge)는 최근 <팰런티어 메니페스토를 실제 인간을 위해 번역해봤다>라는 풍자 섞인 글을 통해 팰런티어가 강조하는 '실리콘밸리의 도덕적 부채'는 결국 정부의 국방 예산을 최대한 추출해내기 위한 명분일 뿐이며, '국가 봉사 의무'는 젊은 엔지니어들을 군사적 목적에 동원하려는 시도임을 꼬집었습니다. 또한 팰런티어의 이름 자체가 <반지의 제왕>에서 폭군이 스파이 활동에 사용하던 수정구슬에서 유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들이 추구하는 세계관이 민주적 가치보다는 '감시와 통제'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 한편 팰런티어의 노골적인 이데올로기 선포는 그들과 대규모 계약을 채결한 각국 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메니페스토 공개 이후 호주 정부는 거센 반대 여론에 직면했습니다. 호주의 법학자들과 정치권은 민주적 감시를 거부하는 카프의 철학이 호주의 국가 주권과 데이터 안보에 '주권적 위험(sovereign risk)'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존 정부 계약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장애물'로 규정하는 기술 권력의 등장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우리가 알던 공적 거버넌스의 종말을 예고하는 서막이 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3. 생성형 AI 환멸기의 시작?
- 생성형 AI 회의론과 구체적인 저항의 조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디애나부터 아이다호까지 미국 전역에서 평범한 시민들이 AI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퀴니피악 대학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5%는 AI를 '이익보다 해가 되는 힘'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은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으며, 기술이 부유한 엘리트들의 주머니만 채울 뿐 중산층과 노동자들에게는 에너지 비용 상승과 일자리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 데이터 센터를 둘러싼 지역 사회의 반발 또한 이제 '데이터 센터 반란'이라 불릴 만큼 조직화되고 있습니다. 칠레부터 미국 인디애나의 농가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은 클라우드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던 AI가 거대한 소음과 열기를 내뿜는 콘크리트 건물로 실체화되자 이를 환경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AI 환멸(AI Disillusionment)' 현상 또한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응답자의 67%가 "AI 생성 콘텐츠가 브랜드 신뢰도를 하락시킨다"고 답했으며, 그 반대로 인간 창작자의 불완전한 결과물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24%나 증가했습니다. 가짜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이들에게 ‘진정성’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의 반발 여론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인식 지형은 독특한 양상을 띤다는 점은 주목할만 합니다. 지난 2월 폴리티코(Politico) 기사가 분석했듯, 한국인 응답자의 75% 이상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도구로 보며 수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유럽 응답자의 약 30%만이 AI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AI 윤리 레터 필진 아침님의 인터뷰가 소개됐습니다 🙂 한국 사회가 기술의 수용과 책임 사이에서 어떤 독특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지를 비중 있게 다룬 흥미로운 기사이니 일독을 권합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