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북 사태에 대한 단상
이렇게 많은 가재들을 본 적이 있었던가요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분명 서점일 것입니다. 서점에 가면 우리는 사람을 만납니다. 백 년 전을 살다 간 이의 숨결을, 일만 킬로미터 너머에서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을, 그리고 때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낯선 사유를 품은 타인을 만납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대화를 나눕니다. 알지 못하는 세계를 끝내 알고자 하는 마음 속에서, 비로소 사람과 사람은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단절과 분열이 더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이 시대에, 그럼에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서점을 갑시다.”
—고단샤 광고 전문, 책방 소리소문 인스타그램에서 갈무리
나의 피드를 점령한 가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을 생각하며
by 🥨 채원
동료들과 같이 AI 윤리 레터를 쓰는 저도, 하루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AI 뉴스와 새롭게 생겨나는 서비스들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생업과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종종 지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아예 끈을 놓고 싶지는 않아서,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혼자만의 고민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독자분들도 저희의 글을 읽고 계신 게 아닐지 짐작해 봅니다.
비단 AI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아마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따라갈 수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동시에, 각자 어떻게 어디를 봐야 할지, 무엇이 내가 알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고 아닌 일인지 구분하는 각자의 잣대를 모두 갖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보내드리는 소식이 AI에 관한 각자의 잣대를 세우는 데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요.

지난 월요일 민기 님이 공유해 주신 몰트북 관련 소식을 보셨을까요? AI 에이전트들의 소셜 미디어라는 몰트북은 지난 열흘 남짓 제 주변 세상을 떠들썩하게 달구었습니다. 한 벤처 투자 회사에서 주최하는 ‘오픈클로 빌더의 밤’이라는 이벤트 초대장을 비롯해, 며칠 만에 이미 나오기 시작한 (동료 리뷰를 거치지 않은) 논문들을 보며 모두의 관심사가 몰트북에 쏠린 듯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민기 님이 전해주신 보안 취약성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특히 바이럴 된 대부분의 글은 사실 사람이 쓴 글이라는 분석이 제시되었습니다.
지난 며칠간 몰트북을 둘러싼 난리법석은 마치 지난 몇 년간 AI 업계가 겪었던 일들을 압축적으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신기하고 인상적인 무언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동안 컴퓨터는 더 많이 팔리고, 뒤늦게 치명적인 보안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이미 우리는 몰트북을 상수로 여기는 세상에 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쏟아지는 몰트북 관련 소식을 듣던 지난 열흘간 제 머릿속에 계속 들었던 질문들이 있습니다. 이게 내게 중요한 일일까? 내가 알아야만 하는 일일까? 지금으로서는 제가 그 답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면 이게 잠깐 지나갈 내실 없는 유행인지, 세상을 뒤바꿀 기술이었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런데도 그 답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기 위해 고민하며 보내는 지금의 시간만이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일 것입니다. 동시에, 매일 쏟아지는 변화들에만 휩쓸리지 않도록 한 발짝 물러서서 고민하는 시간도 꼭 가지려고 합니다. 변하는 세상을 초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작품이 고전이 되는 것처럼, 몇 년이 지나도 유의미한 질문이 어떤 것일지 고민하면서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