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와 데이터센터의 잘못된 동행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려고 하는 일입니다.

화석연료와 데이터센터의 잘못된 동행
정부세종청사. 2023년 4월 14일. 직접 촬영 (민기)
 작업이 효율화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력은 현저하게 상승한다. 그에 비해 개개인의 생산 능력은 점점 저하된다. (…) 그 결과 생산력이 발전했음에도 우리는 미래를 '구상'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토 고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223-224페이지.
목차
1. 화석연료와 데이터센터의 잘못된 동행

화석연료와 데이터센터의 잘못된 동행

by 🧑‍🎓민기

AI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정책이 많아지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취임 직후 오픈AI, 소프트뱅크와 함께 “스타게이트”라는 이름으로 5000억 달러 규모의 AI용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이 있는데요, 그 중 삼척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작년 9월 삼척시에 지어진 우리나라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 2호기’가 올해 1월 1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2023년 9월에는 삼척블루파워 공사장 앞에서 건설 중단과 탈석탄법 제정을 요구하는 기후환경단체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1월 14일, 이 발전소가 상업운전을 중단했습니다.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선의 용량(11GW)이 동해안의 발전설비량(19GW)보다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녹색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먼저 가동을 시작한 1호기의 이용률 역시 26%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전의 신규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2026년 9월로 연기되었는데, 이마저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전력 공급을 위해 산사태와 생태계 훼손, 재산권 침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는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삼척시가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수도권으로 돌릴 수 없는 공급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죠. 삼척시는 작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6개소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원자력 · 화력 발전소의 여유 전력을 통한 저렴한 전력공급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요. 이를 통해 지방세 연간 274억여 원을 확보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업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수도권을 더 선호하는 이유로는 인프라, 인력 수급 용이, 고객사 인접 등이 꼽힙니다. 그러나 반대로 수도권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삼척시는 클라우드 파크 프로젝트에 48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오픈AI가 발표한 “애빌린 캠퍼스” 데이터센터 계획을 보면 운영 인력이 단 57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유치가 반드시 해당 지역에 대규모의 고용창출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삼척블루파워 2호기는 계획대로라면 2053년까지 가동합니다. 국제사회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2050년이 넘어서도 운용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식히기 위한 담수 사용도 우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최근 데이터센터의 담수 소모가 문제시 되자, 빅테크 기업들은 담수 소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작업이 얼마만큼 물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변수가 크고,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 영국의 국가공학정책센터(NEPC)는 데이터센터의 자원 소모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또 영국 정부에 기술 기업의 환경 보고를 의무화하고 AI 시스템의 환경 영향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AI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모델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단순한 답변 텍스트 생성에서 벗어나 에이전트를 통해 여러 단계를 거쳐 생성한 답변, “test-time scaling”을 통해 생성을 거듭해 향상된 답변을 내놓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 등장하면, 이를 통해 자원을 더 착즙(?)해서 결국 똑같은 양의 자원이 소모될 수도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각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유치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다른 것으로는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도권에서 필요로 하지만 기피받는 시설인 석탄화력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경제적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죠. 이 격차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환경파괴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시설을 유치하는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것이 단지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닙니다. 지난달 더그 버검(Doug Burgum) 신임 미 내무장관도 청문회에서 미국이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는 천연가스 시추를 늘리겠다고 공언했고요.

우리는 가끔 IT 기술엔 형체가 없고, AI 산업은 현실과 다른 전혀 새로운 세상의 산업인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보다 보면, 데이터는 추상적인 존재지만, 데이터센터는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즉 AI 역시 현실의 자원, 에너지, 지역사회, 불평등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인 것이죠. 이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메일함에 쌓아두는 것 역시, 데이터센터가 자원을 소모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문제 해결을 개인의 몫으로만 돌린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새 텀블러를 사는 것과 일회용컵을 쓰는 것 중 어느 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지, 개인이 판단할 수 있을까요? 챗지피티를 불매하는 것과 유튜브를 불매하는 것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개인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일까요? 일상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개인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국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지 않을까요. 기후위기 앞에서 섣부른 포기와 냉소를 넘어, 실제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은 시민의 힘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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