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분석한 AI의 영향력
AI기업이 AI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분석했습니다.
첨단 과학 기술자들은 자신이 의도한 행동을 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는 제품을 개발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사용자'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사용자들이 우리가 만든 제품에 교묘히 중독되기를 바란다. 짐작컨대 당신이 이 책을 읽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 니르 이얄 (조자현 역), <훅: 일상을 사로잡는 제품의 비밀>
AI로 분석한 AI의 영향력
by. 🎶소소
최근 AI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두 가지 흥미로운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주제는 바로 ‘AI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인데요. AI 기술을 만드는 기업은 AI가 사회적 영향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첫 번째 연구에서는 AI가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일반 직장인, 과학자, 창작자 등 1,25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AI 사용 경험’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참여자들은 AI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보였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은 설문조사에서 86%가 AI가 시간을 절약해 주고, 65%는 AI에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직장에서 AI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향후 통제력 약화, 전문성 약화, 일자리 대체 등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사람들의 자기 인식과 실제 행동의 차이입니다. 참여자의 65%는 자신이 AI와 "협업"한다고 답했지만, 실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수의 작업이 AI에 완전 위임되거나 자동화된 경우가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사실상 AI에게 업무를 완전히 맡기면서도 스스로는 "협력한다"고 믿고 싶어 했다는 뜻이죠.
직군별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창작자들은 가장 강한 일자리 위협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AI를 활용에는 가장 적극적이었습니다. 한 응답자는 AI 생성물이 늘어날수록 창작물의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AI 사용을 중단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과학자들은 창작자들과 달리 위협감보다는 불만족이 더 컸습니다. 아직 AI 성능이 신뢰할 만큼 정확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AI가 빨리 발전하여 더 성능이 뛰어나지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의 독특한 점은 자체 개발한 AI 인터뷰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AI가 인터뷰 계획을 짜고, 인터뷰를 진행하고, 분석까지 수행한 메타 연구였던 셈입니다. AI가 AI의 영향에 대해 사람들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사람이 검토했지만, 질문 구성·추가 질문·분석 방향성 자체가 AI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이는 새로운 연구 방식인 동시에, AI의 관점이 인터뷰 구조에 개입한다는 한계도 함께 갖습니다.

두 번째 연구는 앤트로픽 내부 엔지니어 13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AI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AI 도구(Claude, Claude Code 등)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조사한 것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전체 업무의 약 60%에 AI를 사용하며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스스로 체감하기를 생산성이 평균 50% 향상되었다고 답했습니다. AI 덕분에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을,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닌 작업도 하게 됐다는 응답도 많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엔지니어들이 경험하는 이중적 감정이었습니다. AI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AI의 미래에 대해 흥분하면서도 불안해했고, 가능성을 보면서도 상실을 느낀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 엔지니어는 “매일 출근해서 내 일자리를 없애는 일을 하는 것 같다”는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습니다. AI에 많은 일을 위임하면서 실제로 무언가 배우는 기술 역량은 약화되고, 동료와의 협업이나 멘토링 기회가 줄어들고 있음을 슬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앤트로픽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이 연구는 “특권적 위치”를 가진 기업의 관점에서 수행된 연구입니다. 최첨단 AI를 먼저 사용해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분야에서 일하며, AI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서의 관점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들의 경험은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일 사람들”과의 경험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두 연구는 AI 사용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AI의 영향을 예측하는 보고서는 많지만, 실제로 AI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감정을 직접 들여다본 시도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AI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합니다. 두 연구 모두 내부 사용자나 설문 참여자에 국한되어 있어, 설문 참여에는 선택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연구의 일차적 목적은 AI 사용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제품 개발을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AI 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적 연구’는 독립적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이 Claude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는 연구하지만, 'Claude 구독료가 디지털 격차를 얼마나 심화시키는가'와 같은 질문은 연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의 사회적 영향에 관한 연구는 공공 영역이나 독립 연구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AI는 이미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그 영향도 특정 기업의 시각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연구도 더 다양한 주체에 의해, 다양한 관점에서, 더 다양한 질문을 필요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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