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환경비용
AI는 무엇으로 만들어질까요
지구가 파괴된 것은 맞아. 하지만 아름다운 찰나의 시간 동안 우리는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주었단다!
—Tom Toro, <더 뉴요커> 만평
AI 기술의 환경비용
by 🤖아침
요 며칠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 노사갈등이나, AI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국민배당 등의 논의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죠. AI 산업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지에 관한 논의가 가시화하는 듯합니다.
오늘은 분배와 대칭되는 반대쪽, 즉 AI 산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야기해보려 해요.
비싼 기술, AI
현재 AI 산업의 핵심 패러다임 중 하나는 '스케일(규모)의 원칙', 다시 말해 모델 학습 단계에서 데이터와 계산의 양을 늘릴 수록 모델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이 접근을 밀어붙인 오픈AI가 대중적 성공을 거두고 생성형 AI에 산업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스케일의 원칙은 일종의 불문율이 되었는데요.
그 결과로 현재의 AI는 매우 비싼 기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비싸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AI 기술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는 크게 환경비용, 데이터, 노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환경비용만 살펴보겠습니다.
AI 모델 성능을 개선하고 AI 시스템이 널리 활용되려면 계산을 많이 해야 합니다. 대규모 계산을 하려면 전용 하드웨어 즉 고성능 GPU가 달린 컴퓨터가 필요하고, 이런 하드웨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천~수십만 대씩 모아두는 시설이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다시 말해 데이터센터는 AI 제작과 활용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한국에서도 (전부 AI 특화 시설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 수백 곳이 가동 중이고, AI 데이터센터를 새로 구축하기 위한 투자 및 진흥 정책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허공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가동하는 과정에서 큰 환경비용이 발생합니다. 크게 전력, 물, 광물 등으로 유형화해 볼 수 있는데요.
전력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많이 소모합니다. 주된 전력 소모는 GPU 등 컴퓨팅 장비를 작동시키고 예민한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온습도를 관리하는 데서 발생하며,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생산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전력도 있습니다.
AI에 특화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보통 100MWh(메가와트시, 전통적 데이터센터는 10~25MWh 수준) 이상으로 봅니다.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주택용 계약전력은 3KWh를 기준으로 하므로, 거칠게 계산하면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한국 가정집 3만 가구 이상에 해당하는 전력을 이용하는 셈입니다. 데이터센터가 한국에 앞으로 몇 년 사이 수십 개 신축될 것이란 전망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적어도 100만 가구 수준의 전력 사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AI 관련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력을 수급하기 위해 원자력, 화석에너지 등에 대한 관심 및 수요가 생기고 있어, AI 산업 성장이 재생에너지 확산 기조와 긴장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보조전력용 발전기는 대부분 디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물
AI 시스템 관련 물 소비 방식으로는 우선 데이터센터에서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빽빽이 모여 있는 서버의 열을 식혀줘야 합니다. 너무 습하면 부식 위험이, 건조하면 정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습도도 관리해줘야 합니다. 냉각과 습도 조절에는 깨끗한 담수가 필요합니다. (물을 이용하지 않는 다른 냉각 방식도 존재하지만, 많은 데이터센터는 냉각수를 씁니다)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칩, 데이터센터 보조 전력용 배터리 등 하드웨어 제조 과정과, 하드웨어 제조에 필요한 리튬 등 각종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도 물을 간접적으로 사용합니다.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이 예정되어 있기에, 이러한 간접적인 물 소모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또한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 생산 과정에서도 물을 소비합니다.
광물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서버 기판/회로/부속, GPU 등 칩, 데이터 저장장치 등에는 반도체와 각종 금속이 들어갑니다. 또 정전 등 사고에 대비해 보조전력용 배터리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며 대부분 리튬 기반 전지를 이용합니다. 이러한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자연 파괴 및 오염, 지역사회 영향 등 환경·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특히 코발트·텅스텐 등은 인권 침해나 무력 갈등과 연관된 '분쟁광물'로 여겨집니다.
나아가 이같은 AI 산업의 환경비용은 탄소 배출, 산업·전자폐기물 등 추가적인 양상으로도 나타납니다.
국민을 넘어 지구도 고려하는 AI 분배?
초과세수 국민배당이라는 화두를 던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AI 분야 이익이 해당 산업 종사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이 표현이 충분히 담지 못하는 현실이 있습니다. AI 산업의 이윤은 단지 전 국민이 아니라, 전 지구에 걸친 자원 채굴과 에너지·물 소모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목격·전망하는 주가 상승과 세수 증대는 이런 지구적 연결망과 동떨어진 별개의 사건이 아니기에, AI 산업 관련 분배 논의 또한 한국 국민의 차원뿐만 아니라, 국제적 맥락 안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지 함께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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