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결국 X같아질 수밖에 없는걸까?
'똥망한' 여러 디지털 플랫폼의 길을 가는 챗GPT의 광고 도입
AI 서비스의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 미리보기
by 🤔어쪈
평소와 달리 자극적인 제목에 놀라신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이번주 월요일 죠셉님이 전해주신 오픈AI의 챗GPT 무료 및 고(Go) 요금제를 대상으로 한 광고 도입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떠올렸을 ‘엔시티피케이션(Enshittification)’이라는 용어를 이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기가 어려웠어요. 근 몇 년 간 여러 곳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말로 아직 통용되는 적절한 번역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똥망화’라는 표현도 마음에 들지만 오늘은 음차해서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른바 “접근성 확대”를 위해 무료 또는 저렴한 요금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도입한다는 발표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논리입니다. 수많은 기업, 특히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에서 사용자가 충분히 모였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같은 방식으로 합리화를 하며 비슷한 수익구조를 도입하곤 했죠. 그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이용자 경험은 희생되기 마련입니다. 너무 과하게 선을 넘으면 예상보다 큰 규모의 사용자가 경쟁 서비스로 이탈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므로 사실 회사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전략입니다. 최근 카카오에서 명실상부한 1위 메신저 앱 카카오톡의 ‘친구 탭’을 기존 목록형에서 피드형으로 업데이트한 후 대규모 반발이 일자 마지못해 전과 같은 방식으로 복원했을 정도죠.

오픈AI가 챗GPT의 무료 요금제에 더 많은 제한을 걸면서 유료 요금제를 다변화할 때마다 적잖은 사람들이 광고 도입 역시 머지않았다고 의심하곤 했습니다. 이에 대해 CEO 샘 올트먼은 2년 전 광고를 “최후의 수단 (last resort)”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손사래를 치기도 했지만, 사실 질문은 ‘언제’였을 뿐 챗GPT 역시 예측가능한 수순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설명했듯 구글이나 앤트로픽과 같이 경쟁사가 건재한 상황인만큼 오픈AI 역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데요. 굉장히 신중하게 쓰인 광고 원칙을 내세우며 본격 도입이 아닌 시험 적용임을 강조하는 문서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AI 기업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챗GPT가 먼저 발표해서 다행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사실 이토록 잘나가는 회사들조차 눈치를 보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잘 이용하던 디지털 서비스로부터 수없이 당해온 탓에 광고 도입에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그 공통 경험을 한 단어로 표현한게 바로 엔시티피케이션이죠. 캐나다 출신 작가 코리 닥터로우(Cory Doctorow)가 2022년 11월 아마존의 광고로 가득찬 상품 검색 결과창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갈수록 불편해지는 온라인 플랫폼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던 수많은 사용자들이 공감하며 단어는 곧바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코리 닥터로우는 살을 붙여가며 생각을 발전시켜 작년 가을 동명의 책을 출간하기에 이릅니다.
코리 닥터로우는 페이스북, 아마존, 아이폰, 트위터 등 수많은 사례를 분석하며 엔시티피케이션의 3단계, 즉 온라인 플랫폼이 ‘똥망’하는 과정이 일종의 자연사(natural history)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 처음엔 개인 사용자를 굉장히 잘 대우합니다. 초창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게 목표죠.
- 모인 사용자들을 미끼삼아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혜택을 이동시키며 점차 사용자 개개인을 홀대하거나 되려 착취합니다.
- 기업 고객도 충분히 모인 시점부터 양쪽에 제공하던 가치를 줄이고 플랫폼의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이와 동시에 서비스는 ‘똥(shit)’으로 가득찹니다.

엔시티피케이션이라는 디지털 서비스의 자연사에 빗대어볼 때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는 엔시티피케이션의 3단계 중 어디에 속할까요? 또, AI 서비스의 엔시티피케이션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픈AI가 조심스럽게 작성한 광고 원칙 문서는 주로 1단계에서 모은 개인 사용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쓰여졌지만, 오히려 챗GPT가 이제 막 2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번 오픈AI의 발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서비스의 초점이 ‘성능 증대’에서 ‘저변 확대’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비용 부담을 낮춰 더 많은 사용자를 모은다는 의미에서 대중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동시에 “소규모 사업자와 신생 브랜드에게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며 기업 고객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문장도 잊지 않았죠. 제게는 이 변화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은 초지능 내지는 AGI 개발을 미션으로 내세우며 서비스 이용료 역시 마치 이를 위한 투자인 것처럼, 최소한 불가피하게 소요되는 비용 부담인 것처럼 포장해왔습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더 나은 성능의 AI 모델을 기대하며 요금을 지불하고 있죠. 하지만 AI 기업이 그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대신 더 그럴듯하게 광고를 제안하는 AI 모델을 개발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엔시티피케이션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고 난 후 오픈AI의 광고 도입 발표문을 다시 읽다보니 다음 문장이 굉장히 흔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수백만 명의 개인과 기업 사용자가 충분한 가치를 느끼고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계속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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